빨간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 당신의 감성은 안녕하십니까? 횡설수설 영화리뷰

 솔직히 이번주에는 영화가 많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제가 모 사이트에서 확인을 하는데, 그 사이트는 업데이트가 많이 느리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당장 이번주로 되어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수소문을 시작했죠. 이 오프닝을 쓰고 있는 이 때. 예매를 하려고 해도 정작 이상한 데에서 개봉을 해서 말이죠. 솔직히 그게 그렇게 기쁜 이야기가 아니기는 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예매를 했으니 다행인거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영화 리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추억을 아무리 건드린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 추억은 아름답게 남고, 그 이야기가 좋건 싫건간에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애정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작품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물론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면은 그렇게 나쁜 이야기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같은 경우는 약간 상황이 다르죠. 심지어는 이 작품은 저에게는 거의 애증의 세월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대단히 복잡한 역사가 버티고 있어서 더 애매하죠.

 
이 작품이 누가 만들었는가에 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외에 여러 감독이 이 작품을 거쳐갔고, 각자의 터치를 가미하는 데에 굉장한 힘을 보탰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터치가 서로의 개성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사뭇 달라지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고, 그 부분들과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절대 보통 내공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죠. 물론 원작 역시 보통 작품은 아니고 말입니다.

 
물론 빨간머리 앤의 소설 시리즈가 명작인가에 관해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두운 소설 반대편에 서 있는, 마음을 보듬어주는 소설로서의 역할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잘 해 주고 있는 관계로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항상 말을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렇지 않고, 너무 달달하게 나온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칙릿소설까지도 전혀 가리지 않고 읽는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작은 마을의 갈등과정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간에, 이 소설은 굉장히 방대합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그 방대한 분량의 일부만을 애니메이션화 했죠. 그것도 앤의 어린 시절에 더 많이 에너지를 실어서 말입니다. 일본식 각색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작품은 워낙에 거장의 터치가 많이 들어가는 덕분에, 그리고 25분 남짓에 끊어지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낸 덕분에 흔히 말하는 영화적인 각색에 대해서 굳이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는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각색은 해야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에 무리가 없겠지만 당연하게도 이 작품은 이 터치를 잘 해냈습니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애니메이션 생태는 엄청나게 변화했고,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성에 관해서, 그리고 스토리에 관해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은 계속해서 전설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 그리고 어린 아동들에게도 아직까지 먹힐 만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묘한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퍼스트 건담이 나온 시스템과 비슷한 것이죠.

 
물론 전 퍼스트 건담 극장판을 그렇게 나쁘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건담이라고 할 수 있죠. 좀 더 좋은 면으로 말 하자면 애니메이션이라도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답안을 준 그런 작품이라고 말 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이 두가지는 굉장히 다른 시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상업성의 확보라는 지점, 그리고 나머지 한 부분은 팬들과 소문을 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이라는 것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TV판의 편집 극장판은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굉장히 애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장편 소설의 호흡적인 문제를 영화판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특히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호흡을 어떻게 가지고 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TV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굉장히 다른 호흡을 가지고 진행이 되고, 동시에 관객들이 집중하는 포인트 역시 미세하게 다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어떻게 조율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작품은 그렇게 잘 해 내는 편은 아니더군요.

 
가장 단적인 예로, 퍼스트 건담 극장판 2편은 앞도 없고, 뒤도 없는 작품입니다. 편집적으로 분명히 영화적인 어떤 경지까지 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TV판의 감흥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에는 실패를 하고 말았죠. 여기에는 굉장히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호흡이 다른 화면과 스토리를 자기고 극장용으로 편집을 하려 한다는 데에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 해서, 25분짜리 여러개를 모아서 이어놓기만 한다고 극장판이 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등장하는게 보통은 신작화입니다. 이 문제 역시 양날의 검이며, 어떻게 해결을 하는가가 굉장한 문제로 작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편집 방향은 헐리우드보다는 일본 방식이기 때문에 어너 흐름 보다는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 그리고 작품에서 유명한 이벤트를 화면에 재현하는 데에 더 많은 힘을 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사이에는 결국 이야기적으로 처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새로운 작화와 이야기로 메꾸는 겁니다. 문제는 이 역시 그다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우겨넣기식 내지는 땜빵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작품 역시 같은 문제가 상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빨간머리 앤 이라는 작품 자체가 25분의 미학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여준 작품이고, 그 에피소드를 어떻게 끌어가는가를 너무 완벽하게 이야기를 했던 작품이죠. 결국에는 그 완벽한 면을 허물고 더 위험한 상황으로 간 겁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오랜 세월을 편집하고 디지털로 리마스터링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은 제 걱정을 잊게 만들고, 대단히 훌륭하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화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셀 애니메이션인데다 나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략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감을 잡으실 텐데, 제거 걱정하는 또 한 부분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바로 화면의 불균질함과 여러 가지 세월에 의한 악조건들 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제대로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헐리우드 시스템 지휘 아래 엄청난 화질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더군요.)

 
작품 역시 이런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밤비나 피노키오만큼 원본 필름이 힘들게 보관이 되었던 것은 아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걱정이 딜 수 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죠. 다행히 이 작품은 그 걱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추억의 화면을 어떻게 되살려내는가에 관해서 보여주는 화면이며, 그리고 화면 자체로 인해서 관객이 불편함을 느낄 화면은 아니라는 것이죠. 약간의 그레인 정도야 어느 정도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무난한 것 이상의 화면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렇다고 해서 이 화면이 작품을 모두 살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 한 편집에 관해서 이 작품은 굉장히 오랜 세월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TV 애니메이션 속에 있던 에너지가 과연 작품 속에 잘 살아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죠. 결론부터 말 하자면, 빨간머리 앤은 극장용으로 완벽하게 부활했으며, 앞으로 역시 굉장히 기대가 된다고 쉽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잘 짜여진 만듦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
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사실 TV판에서 보여주었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여전히 비슷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에 관해서 다양함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죠. 하지만 놀라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호흡에 관해 극장에 맞는 호흡을 의외로 잘 가져왔다는 겁니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에너지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극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그런 호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아무리 좋은 화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전에 미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항상 발생하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이겨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전은 앞서 말 했듯, 전혀 다른 호흡을 가진 이야기인데, 이 면들을 대단히 멋지게 편집을 해서 작품의 에너지를 영화에 맞게 다시 재단을 해 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주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삐그덕 거리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라면 웬만큼 잘 만든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에너지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작품적인 면모는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는 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추억은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아닌, 우리가 과거에 알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향수, 그리고 그 시절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죠. 작품 자체가 이런 부분에 관해서 세심한 터치를 가지고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적으로 좀 더 단일하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깊이를 가졌다고 느낄만 하고 말입니다.

 
물론 과거 작품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묘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작품 외적인 추억 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내적인 이미지 역시 어느 정도 가지고 있거니와, 그 문제에 관해서 굉장히 멋지게 잘 표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이렇게 해서 구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결국에는 현대 관객과 과거 작품을 즐겼던 과거 팬 역시 모두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것도 이미 이야기 설계를 다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더 주면서 진행하는 것 까지도 가능하고 말입니다.

 
물론 작품의 길이상 아무래도 편집이 된 분량 역시 만만치 않기는 합니다. 하지만, 단일한 영화에 관해서 영화 자체의 단단함을 유지하기에는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만 나열하고, 유명한 것들을 다 보여주겠다고 덤비는 것 보다는 영화에 어울리는 에너지를 가진, 그리고 에너지를 도와줄 울림을 가진 이야기를 하나로 잇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점을 제대로 파고들었습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보러 가실 분들은 다 보러 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 해야 할 것은, 현대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감각보다 훨씬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있으며, 더 오밀조밀한 맛을 가지고 있음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 점만 알고 간다면 추억을 되살리러 가는 사람이건, 아니면 명성을 듣고 다이제스트로 보겠다는 사람이건 모두 만족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추억만 믿고 애들 데려갔다가는 칭얼거림으로 고생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