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종사 - 즐겁지만 왕가위의 이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영화 횡설수설 영화리뷰

 이번주에는 어찌 된 영화들이 전부 말초신경 대박 자극용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작품들만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홍콩 무술에 관한 영화이다 보니 더더욱 이런 상황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죠. 솔직히 이런 주산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게, 어찌 되었건 비슷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솔직히 할 말이 많지 않아진다는 게 가장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쨌건 리뷰는 해야 하니 더 애매한 겁니다.

 어쨌거나 리뷰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번 영화 이전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일일이 찾아보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열혈남아나 아비정정, 중경삼림, 화양연화같은 영화들을 만들었던 사람이고, 해피 투게더 같은 영화도 만들었던 사람이지만, 제가 영화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건 홍콩영화가 처절하게 몰락하고 나서 겨우 부활의 신호탄이 올라왔던 무간도 시기 이후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다지 홍콩여화가 잘 나간다는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최근에는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아무튼간에, 왕가위 감독은 상당히 유명한 감독입니다. 홍콩하면 무협 영화나 흔히 말 하는 홍콩 느와르 장르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필모중 직접 연출을 한 작품 명단에서는 주로 멜로 영화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매우 걸출한 영화인 동사서독 같은 무협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필모에서는 이질적인 느낌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영화 역시 몇 가지 이야기를 할 때 왕가위 영화에서는 약간 방향이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사서독이 리덕스판이 나오면서 그 다음 연출작으로 (물론 네이버 기준이기 때문에 틀릴 수는 있습니다.) 나온 영화라서 오히려 액션과 무협 라인을 직접적으로 타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간에, 필모 전체로 보자면 상당히 미묘한 상황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들고 나온 소재는 또 다시 엽문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죠.

 국내에서도 엽문이 관련된 이야기는 꽤 나온 바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서 다룬 작품도 두 작품 있는데, 최근에 견자단이 나온 엽문 시리즈입니다. 게다가 이후에 엽문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 나오거나, 아니면 이제 나이가 들어서 엽문의 마지막을 그린 작품들도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무문 역시 시놉을 찾아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엽문 이야기와 관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엽문 관련 영화는 슬슬 시장에서 넘치기 시작했죠.

 보통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명 사람마다 드라마틱한 일생을 살고 가기는 하지만, 이를 영화 흐름에 맞춰서 다시 각색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왜곡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왜곡 문제의 경우는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가끔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는 설화화 결합을 하는 방식으로 이 도를 넘는 것을 적당히 피해가기도 하죠.

 여기에서 중국인의 자부심이나 엽문 개인에 관한 어떠한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소재로서 얼마나 더 팔 수 있는가는 약간 다른 문제이기는 하죠. 한 사람의 일대기를 아무리 잘 판다 하더라도, 결국에 영화화 할 수 있는 한계는 있다고 보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상황에서 중국의 스타일과 왕가위라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인 에너지라는 것이 기존의 엽문 영화와 차별을 두게 할 수 있는 단서로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지점 덕분에 이 영화는 기존의 엽문 영화와 다르다 라는 말을 할 수 있고 말입니다.

 문제는 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분명 이 영화는 다른 엽문을 다룬 영화들 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엽문이라는 한 사람을 다루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이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으로 인해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것도 굉장히 화려한 화면을 겸비해서 말입니다. 이 화면에 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은 영화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에 관해서 주로 이야기를 드러내고, 동시에 이야기에서 그 내면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황 자체가 캐릭터 중심으로 돌아가고, 심지어는 전쟁의 와중에도 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전쟁의 이야기를 캐릭터 시점으로 진행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역시 캐릭터들 시점으로 모든 것이 보이고 있고 말입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캐릭터가 중심이 된 만큼, 관객들에게 영화 속 캐릭터들을 받아들이고 이들을 이해하는 데에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을 해 줘야 관객들이 호흥을 하거나 비판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액션과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고, 동시에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빨리 지나감으로 해서 오히려 관객들은 이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은 굉장히 미묘하게 변합니다. 영화 내내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관객들이 평가 하면서, 이들이 전쟁을 바라보거나, 라이벌, 동료,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해서 관객들은 평가를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어떤 감정적인 도옺가 일어나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거리가 벌어져 있는 관계로 관객이 어떤 감정적인 공감을 형성하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스토리는 상당히 빨리 지나가는 편입니다.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스토리 진행 방식은 그 얼개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동시에 그 이야기의 여파로 액션이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는 그렇게 나쁜 구조는 아닙니다. 웬만한 액션 영화에서는 기본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구조이고, 동시에 웬만하지 않은, 걸출한 액션 영화에서도 이 구조는 상당히 자주 사용이 되는 편입니다. 이 영화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죠.

 하지만,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 스토리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액션 영화라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직선 구조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할애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상황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액션의 등장에 관해서는 정말 차고 넘치는 설명이기 때문에 오히려 액션만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너무 길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이 공존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죠.

 물론 이런 곡절을 겪고 나서 관객 앞에 드러나는 액션은 정말 대단한 느낌입니다. 무술이라는 것이 오직 액션만이 아니라, 몸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라는 것을 한껏 살린 그런 느낌을 지니고 있죠. 이 영화에서는 어떤 타격감만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가 액션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묵직함을 표현하기 위해, 동시에 이 영화에서 잘 단련 된 사람들의 행하는 힘의 아름다움을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영화가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이 지점 하나만 보자면 꽤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폭력의 느낌을 한 번 영화적으로 걸러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죠. 게다가 이 문제에 관해서 영화 전체가 굉장히 단단하게 뭉쳐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무술이 캐릭터를 표현 하는 데에 한 단면으로서 작용을 하며, 동시에 이 모습이 바로 캐릭터들이 지키고 있어야 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액션의 진행은 또한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맞게 잘 재단 되어 있습니다. 보통 무협 액션 영화에서 약간 오글거리는 면이 이 무술에 관해 설명을 하는 동시에, 여기에 엄청난 의미를 담아 액션을 극대화 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진행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이 엄청나게 과해지면 영화 자체가 무술 설명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을 몽땅 깨버리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잘 재단 함으로 해서, 액션이 너무 과해지거나, 너무 무거워지는 것을 적당히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액션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화면과 사운드는 말 그대로 황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에너지와 화면은 영화가 진행 되는 데에 있어서 거의 절반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가 가진 정서와 에너지를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화면 속에서 보이는 캐릭터들은 아주 현실적이라고 말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시각적인 미학을 확대하는 데에 많은 힘을 보태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화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 해서 아름답다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조금 쓴 소리를 하자면, 이 화면을 만드는 데에 이 정도로 힘을 쓴다고 하면 오히려 스토리를 좀더 다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물론 이 화면이 과잉이라고 말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힘이 빠지면 영화의 매력이 반감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힘이 빠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아쉬운 이야기를 한 겁니다. 게다가 그 문제를 영화가 끝나노 나서야 생각 할 만큼 화면이 좋기도 하고 말이죠.

 물론 이 모든 이야기에서 아쉬운 소리에 관해서 하나를 붙여야 할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에서 아쉬운 소리를 한 이유는 왕가위라는 감독의 명성이 정말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작품을 못 봐서 이 사람 스타일에 관해 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 정도로 명성을 가진 감독이, 스토리를 여기까지밖에 못 끌고 오나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 문제를 떠나서 보자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좀 평범한 상태에서 살짝 위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명성에 비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말 그대로 영화 보는 데에 있어서 시간이 간다 라는 말을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아주 걸출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기 이상은 하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매우 직선적인 액션을 원하는 분이거나, 아니면 매우 걸출한 이야기가 또 하나 탄생했기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좀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덧글

  • 我田引水 2013/08/26 08:42 #

    왕자웨이 감독이 훌륭한 감독인건 맞습니다만 '감독의 명성이 정말 대단'한가는 좀 의문이군요;
    홍콩영화전성기 시절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좋은 영화들을 만드셨지만
    당시에도 주류적인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열광적인 팬들은 있었지만 말이죠..
    2000년 화양연화 이후에는 활동자체도 뜸했고(이것은 중국당국과의 관계때문이기도 하구요)
    만든 소수의 작품도 전성기에 비하면 너무 부족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요컨데 감독의 전성기가 대략 15년전이었다는 걸 생각하신다면 너무 많은 걸 기대하셨던게 아닌가 싶네요 ㅎㅎ;

    전 개인적으로 이분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화양연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좋은 영화에요.
  • 동사서독 2013/08/26 09:07 #

    전 동사서독을 가장 좋아합니다
  • kiekie 2013/08/26 12:58 #

    저도 동사서독이 가장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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