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 스파이 - 또 다른 면모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매력이 있는건 아니다 요즘 출판된 소설 까기

 현재 일단 전 국내 출간된 007 오리지널 시리즈는 다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프리 디버가 쓴 카르트 블랑슈도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007이라기 보다는 현대 모험 소설에 더 가깝기는 하더군요. 그 외에 데블 메이 케어 같이 시대소설로 나온 부류도 있긴 한데, 그 책은 도서관에서 읽어보고는 그냥 손을 떼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아동용으로 나온 실버핀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악평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책이어서 말이죠.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에 관해 리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007 시리즈 관련해서 리뷰를 쓸 때 아무래도 영화를 더 자주 봤고, 영화를 다 본 만큼 리뷰는 거의 대부분이 영화와 비교를 해서 시작을 하게 됩니다. 많은 작품들이 원작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가져왔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진행이 되다가 영화다운 스케일로 변형이 되는 방식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아마 비슷한 이야기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골든아이만 빼고 말입니다. (골든아이는 이언 플레밍의 별장 이름에 온 케이스라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 별장이 일반에 공개된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이번 작품은 영화와는 차이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동명의 영화와 공통점 이라고는 제목하고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며, 그 제임스 본드가 악당과 싸운다가 다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는 아무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죠. 참고로 영화는 바다를 기본으로 해서 싸우는 거대 악당과의 대결입니다만, 소설은 바다가 나오지 않으며, 심지어는 제임스 본드 역시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품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작품의 주인공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할 듯 합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비비안이라는 여성입니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학창시절과 직장 시절을 경험했지만, 뼈 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미국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느 모텔에 묵게 되고, 그 모텔의 관리인 부부가 주인공에게 접수 아르바이트를 맡기고, 주인이 올때까지 모텔을 관리 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죠.

 이 작품에서 이 모텔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모텔은 그냥 동네에 있는 그런 곳이지만, 이곳에 갑자기 보험회사 직원을 사칭한 두 남자가 들이닥쳐서 주인공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주인공은 이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그 장소에 남아깄게 됩니다. 이 와중에 본드가 우연찮게 이 모텔에 들어오게 되고, 남자들과 본드간의 대결이 진행됩니다. 이 와중에 모텔에 관련된 음모는 일종의 덤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죠.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특성은 아무래도 본드 자신이 임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하다가, 인생에 갑자기 끼어들게 된 제임스 본드라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아무래도 여자의 인생이 좀 더 길게 이야기 되고 있기도 하며, 본드는 중반부를 지나서야 등장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한 여성의 인생이 모두 박살 나려는 순간에 일종의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일단 이 모든 이야기에 관해서 가장 먼저 이야기가 되는 부분은, 바로 위의 사정 때문에 결국에는 본드 이야기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다가오며, 영화를 이미 알고 있으신 분들에게는 정말 이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겁니다. 이야기의 중반까지 본드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제임스 본드는 작품의 중반이 되어서야 갑자기 나타나니 말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서 제임스 본드 자체의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남이 보는 제임스 본드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쪽입니다.

 물론 아무래도 이 구조적인 특성상, 뭔가 자료 조사가 매우 많이 나온다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쉽게 말 해서 그냥 한 개인사를 이야기 하는 축에 더 가까운 책이 된 것이죠. 이 속에서 하는 이야기는 스케일이 작고 개인이 보기에는 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한 사람을 거의 끝까지 몰아붙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새 인생을 얻으러 간 데에서 엄한 일을 당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특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죠.

 솔직히 이 문제에 관해서 저는 아무래도 과도한 드라마틱함을 일부러 작품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어울리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드라마틱함이 직접적으로 나와야 되는 이유는 간단한데, 그만큼 본드의 이미지가 강조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드라마틱함이 너무 심한 관계로 오히려 이야기가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읽고 있는 독자로서는 신세 한탄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너무 많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솔직히 제 취향에는 이건 아니다 싶은 이야기중 하나입니다. 물론 로맨스 소설에서 왕자님이 나타나기 전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 되는 것들은 그 환희를 확대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어느 정도에 머물러야 하며, 그 이상의 과잉이 되면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멀리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은 그 문제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강렬함이 필수적으로 따라 올 정도로 대단히 위험한 부분들을 같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모텔이 거대한 음모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 문제를 크게 보여주려면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들도 상당히 강렬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본드가 왔다고 말 하기에는 이야기가 굉장히 단조로운 편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이 작품에서 악당은 몇 나오지도 않으며, 이를 육제적으로 이기는 본드가 나오는 장면이 끝나면 여자 주인공과 이야기 하는 장면이 거의 다이니 말입니다.

 작품 속에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서 작품의 말미에 뭔가가 더 있었고, 그 일환으로 본드가 나섰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야기가 억지로 찍어다 붙였다 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오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솔직히 안 나와도 그렇게 놀라운 부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속에서도 한 감정을 유지하는 여자의 태도는 상당히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기는 합니다.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장 미묘한 부분은 결국에는 이 여자 주인공입니다. 솔직히 뭔가 매력이 있다고 말 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주인공중 하나입니다. 본드걸의 수동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차라리 이 여자를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나을 정도죠. 아무래도 자신을 수렁에서 구해 줬다는 것으로 인해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굉장히 강하게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그렇게 매력이 있다고 말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어도 읽는 동안은 이 문제가 눈에 크게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랄까요.

 이 작품의 또 다른 면모는 역시나 제임스 본드가 가지고 갑니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의 능력을 통해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해 왔지만, 주로 특정 사건에 관해서 사람들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의 기지와 육체적인 능력으로 상황을 어떻게 평정하는가를 좀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상황에서, 본드 자체가 현재 상황 자체를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솔직히 좀 아쉬운 잭이기는 합니다. 이질적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에 현대적인 면모를 좀 넣고,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이용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때우면서 읽기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책이고, 본드의 또 다른 면모에 관해서 재미있게 서술한 책이기는 합니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작품 속에 있다고 말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