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아이덴티티 - 기억을 잃고 대차게 꼬여버린 인생 요즘 출판된 소설 까기

 사실 전 로버트 러들럼 소설을 국내에 리메이크 된 본 아이덴티티가 나오기 전에 읽어본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 읽었던 책은 본 시리즈는 아니었고 제로지점이라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기는 했죠. 제목이 제로지점이었나 그랬는데, 중학생이었나 했던 저로서는 솔직히 좀 받아들이기 힘든 책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싸서 구매를 했는데 이건 대체 뭔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겁니다.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읽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책이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최근에 계속해서 007 시리즈 소설판에 관해서 리뷰를 하게 되면서 영화판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 스파이가 주인공인 작품들은 굉장히 극심한 내리막을 겪고 있었죠. 대부분의 작품이 흥미 위주의 영화의 도를 넘어서 스파이라고 주장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극한 액션물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몇몇 주옥 같은 작품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통을 자랑하는 007 영화들은 점점 더 극한 액션물과 SF 사이를 헤메이면서 지독한 결과물만 내놓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본 아이덴티티가 다시 영상화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경우 역시 원작과는 이야기가 굉장히 다르게 전개되었지만, 아무튼간에 가지고 가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본드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을 잃고 헤매이는 사람을 결국 사냥을 하다시피 하는 미국 CIA와 그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음모가 같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영화는 그렇게 해서 본이 계속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쫓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구조가 좀 다릅니다. 본이라는 사람이 기억을 잃었으며, 자신이 본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관해서 역시 굉장히 다릅니다. 그 이야기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겠지만, 이 문제로 인해서 역시나 정부에 쫒겨다니고,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조직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조직은 실제로 카를로스 자칼이라는 인물이 통제하고 있으며, 이 카를로스 자칼이라는 사람은 실제로 있었던 테러리스트로 꽤 유명합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한 사람의 정체성 확인이라는 부분과 굉장히 많은 부분들이 연계되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제이슨 본이라는 인물 역시 진짜 제이슨 본이 아니며, 그 뒤에 다른 이름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제이슨 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작품 내에서 기묘하게 작용합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에서 진행하는 것과는 다르게,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진짜 내 자신을 찾는다기 제이슨 본이라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부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의 정신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억이 완전히 없어져버린 상황이고, 주인공은 스스로 할 일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그 할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과거에 자신이 행한 일들 때문에 미국 정부와 악당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됩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런저런 이유로 동행하게 된 여자 역시 비슷한 신세가 되어가면서 일이 점점 더 꼬여가는 양상을 작품에서 보여주기도 하죠. 이 영화는 그 모든 관계에 관해서 상당히 냉정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면이라면, 굉장히 기묘하게 얽혀 있는 주인공의 개인사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굉장히 냉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품에서 감정을 일부러 불러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에 관해, 그리고 그 타이밍이 언제가 되어야 하는가에 관해서 최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죠. 물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의문이라는 것이 작용합니다만, 그 외의 사적인 감정에 관해서는 그렇게 크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특성이 나타나는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뭔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정적으로 극대화 하지 않고, 이 감정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그때그때의 에피소드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특성으로 인해서 이야기에서 각자 상황에 관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데에 상당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으로 인해 이야기의 흥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에피소드 단위로 끊어지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어떤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이런 상황에서 뒤에서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죠. 이야기의 전체적인 진행이 이러하다 보니 보여주고 있는 대부분의 모습은 정말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위몰아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반격이 준비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신기한 상황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말입니다.

 다만 이 문제에 관해서 역시나 시대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냉전 말기의 증상, 그리고 냉전이 끝나기 직전의 불안이라는 것이 작품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군에서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를로스 자칼의 경우에는 실제로도 KGB의 사주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후반으로 갈수록 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에피소드 단위로 긴장감을 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없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의 방향성은 결국에는 극의 전체 흐름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이 작품에서 가져가야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상당히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결국 책을 끝까지 읽는 데에 있어서도 대단히 좋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앞서서 이미 말 했듯이 이 작품은 의외로 시대상이 약간 반영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시대였고, 사람들의 진영 논리가 스파이노릇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시대였던 거의 마지막 시대였던 만큼 (물론 지금도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 심지어는 훨씬 더 복잡한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그 이야기는 지금 길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아무래도 익숙하게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는 이야기가 상당히 묘하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스파이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성이라는 것을 가질 수 밖에 없기는 하니 말입니다.

 캐릭터들은 시대성을 따지더라도 상당한 매력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나 주인공인 본은 인간적인 삶을 원하는 묘한 캐릭터가 되기도 했죠. 자신이 선한지, 악한지는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문제로 인해서 자신의 문제에 관한 고민을 굉장히 심도 있게 끌고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그 매력을 상당ㄷ히 강하게 가져가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을 주기 위해서 주변 캐릭터들 역시 상당한 계산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저런 할 이야기가 많지만, 적어도 첫 시도로서의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이 소설물과 액션 소설과의 간극을 상당히 좁히면서도 스스로 가져가야 할 정체성에 관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작품이 가지고 가는 시대성이 확연한 만큼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셔야 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생각 하셔도 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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