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리의 사람들 - 늙어버린 스파이에 대한 송가 요즘 출판된 소설 까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존 르 카레의 책은 이상하게 소화가 힘든 경우가 간간히 있습니다. 이 책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가장 좋은 예인데, 정말 읽느라 고생했던 책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존 르 카레 작품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번역이 미묘했던 기억으로 인해 지레 겁을 먹는 부분도 좀 있습니다만, 이 책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제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크게 데이면서 아무래도 너무 겁을 먹었던 것 같더군요. 실제로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고 말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카를라 3부작중 3권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그 3부작중 1권이죠. 국내에 2부라고 부를 수 있는 “The Honourable Schoolboy”는 현재 신판이 출간 되지 않은 상황이죠. (구판을 찾아 해메이기는 하는데, 정말 가격 비싸더군요;;;) 솔직히 이 작품군에 관해서는 그냥 출간되는 것이 고마운 상황이라 넘어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국내 번역이 겁나게 딱딱하게 나온 만큼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높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장벽을 확실히 낮춰주는 일이 생겼습니다. 역시나 영화였죠. 2011년작 영화는 다시 한 번 중간지대에 선 스파이라는 것을 시대극으로 매우 멋지게 풀어갔습니다. 엄청난 배우들의 연기의 향연이 펼쳐지는 영화였죠. 결국에는 제게는 최고의 영화중 한 편으로 기억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매력은 결국 다시 책을 보게 만들었고, 결국 책을 끝까지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책들이 어떻게 출간될 것인가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해서 일단 이야기의 중간은 빠지고,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리의 사람들 이라는 책이 먼저 출간 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미묘한 지점은 하나입니다. 과연 앞권들을 볼 필요가 없는가 하는 점이죠. 2부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을 모르고서 이번 이야기를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 간단하게 말 해서 별 상관 없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카를라 라는 한 사람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서로 다른 3부작이기 때문에 이해 문제에 관해서 그냥 둬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늙었고, 그 사람들이 정보부를 그만 둔 이후에 개혁이라는 이유로 늙은 과거 정보원들을 내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카를라에 관한 정보가 다시 한 번 나오게 되고 이 문제로 인해서 스마일리는 은퇴 생황을 잠시 접고 다시 한 번 첩보 활동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에는 사람들간의 쫒꼬 쫒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와는 방향성이 꽤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스파이소설 하면 제가 그동안 다뤄왔던 007 시리즈가 굉장히 강하게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본 시리즈의 경우에는 안티 007 시리즈로 시작했으니 007 시리즈 없었으면 못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으로 채워진 영화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들 역시 상당한 추격전이나 대결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죠. 이 작품은 그런 작품들과는 정말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작품이 하고 있는 것은 늙어버린 첩보원의 잉기 입니다.

 늙은 첩보원이 보는 세상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님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흑과 백이 분명하고, 노력을 해서 알아낸 정보가 전부 똥이 될 거라는 것을 불사하고서라도 일을 하기에는 이제 힘에 부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결국에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나면,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금방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자신들이 하는 일이 합법과 불법의 애매한 경계에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문제 역시 상당히 불안하게 다가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냥 상대가 나쁘다고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는 안목도 길어지기는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뭔가를 정력적으로 처리하기에는 이제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같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결국 과연 이번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어떤 핵심을 찌르고 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일리는 그런 사람들중 하나입니다.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 바쳤지만 뭔가를 이뤘다기 보다는 그냥 현상 유지에 급급하게 변해버린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대결해야 하는 상대는 결국 카를라 라는 자신의 숙적입니다. 이 사람은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었으며, 스마일리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스마일리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가진 능력 또한 스마일리와 상당히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사람의 비밀을 캐내고, 결국에는 그 동질감을 깨고 나서 문제의 카를라를 회유하고, 결국 잡아들여야 하는 것이 이번에 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로 가기 전에 그다지 관계 없어 보이는 일들이 먼저 주변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정보원이었던 사람이 결국 노환과 비참함에 못 이겨 죽는 상황이 되고, 자신과 일 했던 다른 사람들은 이제 전혀 다른 상황에서 만나게 되고 있죠. 이 작품은 그 다양한 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결국에 가리키는 바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카를라 라는 한 사람을 쫒고는 있지만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회한에 찬 과거라는 것이죠. 이 작품은 그 과거에 관해서 스마일리는 허상을 쫒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사실 소설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보다 훨씬 감상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색지대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세상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였다면,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덧없다고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번 작품이니 말입니다. 그 어떤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국가의 충성과 악당의 죽음만이 자신의 기쁨이라는 것은 더 이상 위안이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모든 것들에 관해서 감흥이 사라져버린 한 사람의 감상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지점에 관해서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과도하게 밀고 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야기 진행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매우 심리적인 면을 지배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추격전 보다는 이런 감상적인 면모가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죠. 추격전의 면모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닙니다만,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더 강하게 나오고, 그쪽으로 더 자세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쪽에 관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겁니다.

 다행히 이 작품에 나오는 추격전의 면모는 생각 이상으로 단일하고 오롯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스마일리는 스스로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심리가 상당히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할 일이 무엇인지, 지금 단서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명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결국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데에 있어서 추리의 효과를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잘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약간 볼멘소리를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그냥 가볍게 넘겨버릴 책은 아닙니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매력은 정말 대단하기 때문에 절대로 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항상 이야기를 하는 바 입니다만, 이 책은 시간이 날 때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파이 스릴러 소설중에서도 상당히 고전의 느낌에 접근한, 정말 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다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덧글

  • 헤지혹 2015/05/26 12:03 #

    이분 소설은 과장없이 사람을 끌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