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X : 영혼의 구역 - 놀리기에도 애잔한 망작 횡설수설 영화리뷰

 영화를 추가 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간간히 특정한 감독의 근황이 궁금해서 추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죽을 쑤거나, 아니면 하는 프로젝트 마다 엎어지는 바람에 오랫동안 야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간간히 있기 때문이죠. 이 감독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개봉이 상당히 의미있게 다가오는 면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궁금한 영화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닐 블롬캠프는 참 기묘한 감독입니다. 원래 처음 시작을 헤일로의 TV 시리즈판으로 시작 하려고 했으나, 깨끗이 없어지면서 결국에는 설 자리를 한 번 잃을 뻔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제작자로 있었던 피터 잭슨이 2천만달러를 주면서, 한 번 해보고 싶은 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든 것이 디스트릭트 9입니다. 당시에 2천만달러 들여 만든 헐리웃 영화를 생각 해보면 컨저링인데, 두 영화는 같은 돈 들여서 전혀 다른, 하지만 매우 성공적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닐 블롬캠프는 참 복잡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야심차게 큰 돈 들여 만든 엘리시움을 꺼내들었는데, 솔직히 영화가 좀 뻔했던 겁니다. 영화 형태로만 보고 있으면 디스트릭트 8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죠. 게다가 이 상황에서 이야기 진행에서도 약점을 여럿 드러내기도 했고 말입니다. 영화 자체가 아예 나쁘게 나온 것은 아닙니다만, 너무 평범한 헐리우드식 결말로 치달으면서 영화가 액션 외에는 전부 뻔한 영화가 되어버린 겁니다.

 절치부심하고 만든 채피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르기는 했습니다. 영화가 여전히 디스트릭트 9의 결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는 했지만, 성장형 인공지능이라는 테마를 가져가는 동시에, 나름대로 생각할 구석을 많이 만들어냈던 겁니다. 다만, 이 와중에 그 생각할 구석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제대로 사로잡는 데에 실패해버렸고, 영화 자체가 그다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 중반부는 좀 지루하기까지 했고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를 일찍 드러내버린 감독으로 찍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후에 장구한 엎어짐의 역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에이리언 5였습니다. 리플리까지 재등장 시켜서 이야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정작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지휘자인 리들리 스콧이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시리즈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꺼내들면서 기묘한 느낌을 줬고, 결국에는 흥행에서 재미를 크게 보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리즈물 프로젝트가 모조리 서버리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디스트릭트 10의 이야기는 지지부진한 면까지 보이면서 한동안 이야기를 못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결국에는 이 상황에서 나름대로 단편 공포물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밀고 가는 상황이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이야기가 좀 덜 되는 경향이 있죠. 다만, 이 상황에서 공포물에서 뭔가 발견한 느낌이긴 합니다.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디지털 관련한 공포물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관한 기대를 어느 정도 가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우진은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칼리 포프는 엘리시움에 나왔다곤 하는데, 애초에 원맨쇼영 영화다 보니 할 말이 없는 상황이죠. 그 외의 작품들 역시 비슷비스하고말입니다. 그나마, 24 : 리뎀션 덕분에 아예 모르는 얼굴이라고 말 하기는 또 좀 힘든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게다가 제가 꽤 좋아하는 작품인 캘리포니케이션에서도 조연으로 나오면서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말입니다. 다만, 그 외의 작품들은 대지진 10.5 2 같은 어딘가 이상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죠.

 테리 첸 역시 필모가 겁나게 많기는 합니다. 다만, 그 속에서 아는 영화가 정말 적은게 문제죠. 그래도 역시나 드라마쪽에서 꽤 오래 구른 배우이긴 합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2에서도 나오고, 반 헬싱에서도 나름대로 중요 조연중 하나로 나온 바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엘리시움에서도 나름대로 한 자리 차지한 배우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나인스 라이프라는 작품도 있긴 하죠. 다만, 워낙에 필모가 엄청 많은 데다가, 이상한 영화도 너무 많아서 미묘하긴 하죠.

 이 영화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코마 상태로 발견 되면서 진행 됩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실종상태였다가 갑자기 발견된 상황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함과 함께 치료를 위해 엄마의 정신세계에 들어가는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엄청난 공포를 발견하게 되고, 어찌어찌 현실로 돌아오지만, 현실에서도 이상한 현상들이 벌어지면서 점점 더 상황이 엉망으로 변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겪어내는가와 함께, 무슨 일을 주인공이 겪었는지를 다루게 됩니다.

공포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항상 이야기 하는 것중 하나는 공포감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또 어려운가 하는 이야기 입니다. 많은 감독들이 공포 영화로 상업 영화에 입봉 하기 때문에 공포영화는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죠. 공포영화가 주로 선택 되는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영화의 목적을 제대로 끌어내는 것에 대한 공식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 공식 위에서 감독이 스스로의 능력을 끌어내서 영화의 특성을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죠.

 공포영화가 선택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위에 설명한 공식에 관하여 예산이 적게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 거대한 공포물을 만드는 경우도 꽤 있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항상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감독이 신인일 때 쓸 수 있는 예산의 한계는 확실한 상황에서, 실패가 별로 없는 공식이 이미 존재 하며, 감독의 역량에 따라 영화의 특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공포라는 장르가 선택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옥석이 가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간간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공포에 관해서 잘 모르던 감독이 공포물로 오는 경우는 대부분이 전작이 줄줄이 망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시 증명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 입니다. M.나이트 샤말란은 이 과정을 거친 대표적인 케이스 입니다. 더 비지트라는 매우 작은 공포물을 통해 스스로 뭘 할 수 있는지 증명했고, 이후에 다시금 내리막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래도 닥치면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불행히도 보통은 불꽃이 다 꺼진 감독이다 보니 이제는 이 지경까지 갔다고 이야기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바로 '이 지경' 까지 이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감독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한 번 바라보게 만드는 힘 정도는 있지만, 영화가 정말 장르적인 쾌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는가에 관해서는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패착은 의외로 간단한데, 감독이 영화의 핵심 소재에 너무 많은 믿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소재의 특성 하나만 가지고 영화를 전부 채울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가 오히려 재미없어진 것이죠.

 영화에서 다루는 핵심 아이디어는 사실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긴 합니다. 흔히 말 하는 디지털 세상의 악령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데, 정말 악력이 디지털과 연결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 되는 것이죠. 심지어는 이 속에서 뇌에 대한 공상과학적인 상상력을 어느 정도 집어넣음으로 해서 영화의 특성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말입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설명은 나름 영화가 흥미로울 수도 있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중에 어떻게 공포로 변환될 것인가에 관해서 정말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는 금방 일반적인 빙의물의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악령이라는 것에 관해서 은유적인 메타포가 보이는 것은 차지 하더라도, 뭔가 디지털만이 가진 특성을 보여주는 것에 완전히 실패 해버린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디어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영화가 실패로 가는 길을 보장 해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영화의 결말정도로 가게 되면 문제를 깨달았는지 본격 공포물의 특성을 가져가려고 합니다만, 이미 늦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의 이야기라도 매력적으로 흘러가게 되면 이 영화가 그래도 평균은 한다고 말 했을 겁니다. 아이디어는 죽었더라도 공포의 면면을 이야기로 잘 풀어낼 수만 있다면 아예 망하는 꼴을 보진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 방식은 앞에 말 한 소재에 대한 풀이에 많은 지점을 기대고 있고, 덕분에 굉장히 빈약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야기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 조차 별로 없는 상황이 발생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그렇다고 아예 다른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포의 특성과 타이밍을 구성하기 위한 이야기는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문제는 공포를 본격적으로 관객에게 드러내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상황을 구성하고, 그 상황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게 하는 데 까지는 갔습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 데로 넘어가는 것은 한계를 보여주는 상황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에서 공포의 기본 구성 요건 자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는 데에서 발생 하고 있습니다. 공포를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이 있긴 한데, 이를 노출시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공포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가 가진 불온성 뿐만이 아니라, 그 불온성을 전달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불온한 느낌을 이야기에서 전달해야 하는데, 그게 불안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공포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들어온 악령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특성이 갈리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자를 택하게 됩니다. 클라이맥스에 대단히 많은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아는 이상, 불안 조성에 더 힘이 들어가는 것이죠. 이 영화는 바로 그 과정을 이상하게 못 해냅니다. 불안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 문제의 핵심은 영화의 악에 대한 특징이 전혀 없다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앞서 말 한 대로 이미 소재에 많은 지점을 넘겨놓았기 때문에 소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악당 역시 힘을 못 쓰는 구조 입니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흔히 말 하는 악령이 하는 일에 관해서 역시 제대로 서술을 하고 있지 않죠.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불온한 일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한데, 영화는 그 불온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그다지 많이 해주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에서는 불온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말입니다.

 전달에도 문제가 많은 편입니다. 공포감을 만드는 것은 캐릭터가 가져가야 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아주 논리적이지는 않더라도, 영화의 극적인 감정을 관객이 공유 하게 만들어야 공포가 제대로 전달 되는 겁니다. 문제는 캐릭터들의 대부분이 관객들에게 감정적으로 와닿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나름대로의 방향성이 분명히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그 방향성을 만드는 것에 관하여 캐릭터를 이용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런 일을 당하고 있으니 끔찍하지 않는가 라는 지점만 계속해서 관객에게 전달 하고 있는 것이죠.

 이 모든 것들이 뒤엉키면서 흘러가면서 영화가 공포의 타이밍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공포영화는 기본적으로 계산된 어긋남이 존재하는 장르 입니다. 불안감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불안감 끝에 공포가 터져나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죠. 사람들이 예상하는 타이밍에 공포의 핵심을 보여주게 되면 영화가 오히려 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 하게 됩니다. 불행히도 이 영화는 그 문제를 매우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상황이 명확하며, 공포가 나오는 지점은 관객이 불안을 느끼는 타이밍에서 바로 나와버리는 것이죠.

 구조상 타이밍이 제대로 구성 되지 않는 만큼, 영화의 이야기 전체 구조 역시 허술함을 안고 가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주로 공포에 대한 여러 불안감을 주로 쌓아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게 잘 되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화 전반의 흐름이 극적으로 매끄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짧은 공포영화에서 흐름이 매끄럽지 않기도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해내버린 것이죠. 게다가 느릴 때는 너무 느리기까지 하기 때문에 영화에 이미 흥미가 떨어진 상태에서 공포가 등장해버리게 됩니다.

 시청각적인 면에서 역시 그다지 매력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공포를 만드는 데에는 스토리와 타이밍이 중요하긴 하지만, 동시에 이 속에서 시청각적인 공간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영화는 한계가 매우 명확한 편입니다. 시각적인 지점에서는 너무 아무것도 없는 티를 내고 있는 상황이며, 청각적인 지점에서는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대신 소음이 만들어내는 피곤함과 불편함만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화가 공간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그냥 듣기 싫은 소음 덩어리 정도로만 다가오고 있죠.

 배우들의 연기가 기본은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더 미스터리한 곳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솔직히 칼리 포트의 연기에 관해서 아주 기대를 한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서 의외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기를 하면서도 영화가 연기에 담긴 특성을 잘 전달 하지 못하는 것의 의하할 지경입니다. 다만 테리 첸의 경우에는 영화에서 정말 시키는 대로의 연기 외의 지점을 거의 보여주고 있지 않기도 하고, 나틸리 볼트의 연기 역시 너무 많은 지점에서 난도질 당했다는 점 덕분에 오히려 평가가 어려워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매우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영화를 어떻게 하면 망칠 수 있는가에 관해서 일종의 신기원을 이룬 케이스 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매우 독특한 특성을 지니며 망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기존 영화가 피해갔던 실수들을 모두 하면서 망해버린 케이스 입니다. 영화만의 특성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고, 스토리 마저도 헐렁한 상태에서 흐름마저 잡지 못한 영화입니다. 과욕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만, 영화가 과욕을 부릴 정도의 사치도 부릴 수 없었다는 점에서 더 애잔하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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