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알기 전에 이미 넌더리가 난다 요즘 출판된 소설 까기

 솔직히 말 해서, 책 리뷰가 너무 많아지는 것은 이제 좀 힘들긴 합니다. 아무래도 워낙에 많은 작품들을 한 번에 다루는 상황이다 보니 말이죠. 게다가 이 글을 썼던 한 주 전에는 리뷰를 일곱 개 쓰는 기적을 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영화가 한 번에 몰리는 상황을 겪다 보니 벌어진 일이긴 합니다. 아무튼간에, 그래도 나름 궁금한 책이다 보니 일단 읽고, 바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글들이 줄줄이 쌓여 있는 상황이기도 해서 아무래도 이제는 처리를 한 번 해야겠다 싶긴 하네요.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석학의 글을 읽는다는 것에 관해서 참 미묘한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쉬운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철학의 사유로 넘어가게 되면, 굉장히 쉬운 단어의 나열로 보이고, 현실을 분석하는 능력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설명이 이어지게 되면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아쉽게도 해당 지점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책에서 말 하는 화자의 특성을 어느 정도 독자가 처음부터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게다가 이 책은 일본에서 나왔다는 단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현실 분석에 대한 책은 아무래도 일본의 시각에서 진행 되는 경우가 있스니다. 이게 일본인이 최고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한국의 현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 지점들에 관해서 미리 인지하고 있고, 책에서 선별해서 읽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역시나 어느 정도는 사전에 정보를 인지 하고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마르쿠스 가브리엘 이라는 이름을 보면 솔직히 제가 할 말이 만히 않은 상황이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철학에 대한 지점에 관해서 제 지식이 정말 일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소개 문구를 보면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굉장히젊은 나이에 석좌교수로 발탁이 되기도 했고, 철학을 연구하는 센터의 센터장을 겸하기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 실제론이라는 새로운 철학 방향을 제시함으로 해서 이런 저런 주목을 받고 있긷 하고 말입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새로운 실재 인식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관해서 세상을 분석하며 진행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연구의 연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이야기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인식하면서 세상을 떠받쳐온 여러 가지 것들이 위기라는 사실입니다. 이 위기는 그동안의 발전이 가져온 여러 가지 지점들에 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부흥할 때 벌어지는 일들과,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지점입니다.

 지금 설명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이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그 현실에 대한 조언을 강하게 밀어붙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 지점에서는 그 실제의 조언에 매우 근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속에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과연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결국에는 세상에 모든 현실을 상회하는 그 이상의 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신실재 라는 것은 결국에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현실이 얼마나 다층적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우리가 아는 현실의 문제에 관해서, 그 측면을 한 면으로 보지 않고, 모든 면을 보면서 다양한 현실의 누적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에 관해서 최대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것들이 가짜라는 느낌으로 생각을 하고, 그 속에서 정말 옳은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답안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흔히 말 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테크놀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것들의 위기를 초래한 핵심인 표상의 위기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다섯가지 위기라기 보다는 네 가지 위기와, 그 위기 기본에 있는 핵심 문제가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인 위기라고 보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할 듯 합니다.

 각 챕터 제목을 보면 현실에 대한 극도의 조언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합니다. 옳고 그름에 관해서 확실하게 이야기 해 줄 것 같고, 그 속에서 정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해서 작가가 전부 이야기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나아가지 않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왜 위기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위기에 대한 분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위기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그 위기를 인식하는 데에 있다는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금 세상이 어떻게 위기인지에 관해서 독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해당 지점들 덕분에 이 책은 일견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읽기 시작하면, 인식의 기저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의외의 조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자의 위기들이 왜 과거와 연관이 되어 있는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과거에 편했던 것들, 그리고 자신들이 자랑스러워 했던 것들이 현재에 들어오면서 얼마나 쓸모가 없어졌는지에 관해서는 생각 하지 않고, 그냥 그걸 다시 붙잡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죠. 이 문제에 관해서 단순하게 그냥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자기가 방귀 좀 뀌던 시절이 그리워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속에 얼마나 다양한 것들이 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앞서 말 했듯이, 문제의 다양성에 관해서 일일이 설명 하기 보다는, 그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론을 통해서 현실 자체의 인식에 대한 지점에 관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깊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지점들에 관해서 말 그대로 관점 자체를 각각의 현실로 보고, 그 현실이 모두 가짜라는 판단 하에 각각을 분석하여 비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책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가져가는 흐름들에 관하여 매우 다양한 지점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나름대로 잡혀 있기는 합니다만, 그 각자의 챕터가 가져가는 이야기가 왜 그 챕터의 제목을 가져가는지에 관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편입니다. 애초에 무슨 기준으로 자신의 이론을 지금 제목과 대입하려 했는지에 관해서 감이 안 잡힐 정도로, 사실상 각 챕터의 제목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관련이 없는 대신 오히려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고 있죠.

 여기에서는 편집의 승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의 편집이 잘 된 것 같지 않다는 것도 조금 아쉬운 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해를 위한 지점이라기 보다는 마치 가르침으로 한가득인 지점을 더 맣이 만들어내기 위한 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문제에 관해서 아는 사람들끼리 희희덕 대는 느낌이 더 강한 정도로 어려운 이야기를 그냥 어렵게 노출시키고 있죠.

 묘한 책입니다. 현실 인식에 관해서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지점 이상의 것을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초입을 설명하는 데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쉽지 않은 이야기가 기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무게를 미리 인지 하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만, 그 이야기를 보는 데에 관해서 어느 정도 인지 하고 들어간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새로운 방식의 현실 인식에 관하여 고민을 할 정도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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