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한 주 빠르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영화이다 보니 쉬는 날을 노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그 날이 날이다 보니 일본 작품은 좀 힘든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해서 한 주 밀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그 쉬는 주간에는 오히려 영화가 없는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려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에 관해서 나름 기대를 하는건 사실 뻔하긴 한데, 그게 잘 나오는 감독의 작품이니 그냥 보기로 했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제는 흥행 감독이라 말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너의 이름은. 이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흥행이 좋은 상황이죠. 물론 일본에서 말입니다. 국내도너의 이름은.의 경우 흥행이 정말 좋은 상황이긴 했는데, 이후에 나온 날씨의 아이의 경우에는 평가가 썩 좋다고 말 하기 힘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죠. 작품이 가져가는 강렬함을 이야기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약간 방향이 좀 달랐던게 문제였다고나 할까요. 물론 저는 신카이 마코토의 여러 작품을 거쳤던 관계로 날씨의 아이 정도면 준수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너의 이름은.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아주 잘 나왔다고 말 하기에는 좀 미묘한 구석이 간간히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집념이 발휘 되면서도 단단히 가져가는 이야기는 확실히 매력을 잘 가져간다고 할 수 있었죠. 그간 여러 측면으로 시도 해왔던 실험이 드디어 흥행과 연결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만 알고 있던 감독에서 좀 멀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이 있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언어의 정원때 이미 한 번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선 그렇게 흥행이 잘 된 케이스는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정말 좋은 데다가, 저도 간간히 다시 찾아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했었죠. 물론 아무래도 영화제때 여러번 재 상영을 하는 저력도 보여준 바 있고 말입니다. 그간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를 다뤘던 감독이, 이번에는 사람들간의 매우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드디어 이눔ㄹ들의 여러 심리 묘사에 관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해선 저는 별의 목소리나 초속 5센티미터에서 이미 어느 정도 보여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별의 목소리는 물리적 거리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순애보를 그리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면모를 보여줬고, 초속 5센티미터는 물리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확장 하면서, 동시에 판타지를 빼면서 좀 더 현실에 맞닿은 이야기로 변모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기에 정말 애절하게 다가오는 면이 잇었던 것이죠. 사실 초속5센티미터는 그래서 국내에서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참 미묘하게 생각하는 것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입니다. 이 작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별의 목소리 이후 장편 도전을 하면서 나름 원하는 바를 더 보여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온전하게 성공 했는가에 관해서는 좀 미묘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드는 면이 많아서 말입니다. 여러 괜찮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면 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지금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지루한게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의견을 뛰어넘는, 모두가 아쉽다고 이야기 하는 작품도 하나 있기는 합니다. 별을 쫒는 아이 라는 작품으로, 본격 판타지로 접근 하는 작품중 하나였죠. 솔직히 이 작품은 저도 선행 상영으로 보면서 그냥 적당히 시간 때우기로 만족스럽게 봤다 싶은 작품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럭저럭 좋게 봤기는 합니다만, 지금 다시 보라고 한다면 선뜻 손이 안 가는 작품중 하나가 되어버렷죠. 이야기가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평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데다가,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까지 주다 보니 아무래도 상황이 이렇게 된 면이 있긴 합니다. 사실 이 작품 때문에 날씨의 아이 마저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측면도 있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 신카이 마코토의 거의 모든 작품을 다 보는 인생이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좀 재미있게도, 부침이 있었다고 하는 작품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큰 실수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그래도 계속해서 잘 먹히는 면을 찾아가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아예 심하게 질 떨어지는 작품을 낸 적이 없는 것이죠. 사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작품을 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더 큰 실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단은 지켜보자 라는 마음이 든 것이죠.
이번 이야기는 스즈메 라는 인물이 소타 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소타는 문을 찾아 여행중인 청년으로, 소타를 따라가던 스즈메는 산속 폐허에서 낡은 문을 하나 찾아내게 됩니다. 이 문을 열자 갑자기 마을에 재난이 발생하게 되고, 소타를 도와 겨우 문을 닫으면서 재난을 피해가게 됩니다. 겨우 막았다는 안도감이 들던 상황에,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버리고, 일본 각지에서 문이 줄줄이 열리며 잰난이 각지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생각 해보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이야기 하게 되는 지점은 언제나 시청각적인 부분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소위 말 하는 현실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드는 데에 가장 재능을 보이는 감독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거의 필름을 가져다, 그 필름 위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정밀한 부분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현실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다시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경향 역시 매우 강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관해서 필름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버리는 로토스코핑 이라는 기법과 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아는 애니메이션의 구성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매우 정밀하게 그린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현실의 일부 지점을 가져오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단순히 현실을 그냥 그림으로 표현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애니의 장점에 현실의 구성을 화풍으로 표현한다는 쪽이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진짜 장점은 빛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현실에서 상당히 보기 힘든 광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그림 자체에 좀 더 강렬한 환상을 불어넣는 능력이 강해지는 것이죠. 렌즈 플레어가 비슷한 효과를 가져간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만, 신카이 마코토는 그림을 통해 플레어보다는 좀 더 다양한 면모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시각적인 장점은, 지금까지 살명한 모든 것들이 한 층 더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에 관해서 말 그대로 ‘본다’ 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할 때,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좋은 방식일 수 있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화면에서 빼야 하는 것은 생략 하는 것이 가능하니 말이죠. 신카이 마코토의 그림에서는 이 경중을 굉장히 세밀하게 계산해내는 모습이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일부를 그리는 상황이지만, 결국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살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림이라는 지점에서 장기를 보여준 것 이상의 이야기 구성이 있는가에 관해서 신카이 마코토는 참 묘한 면이 있는 감독이긴 합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는 매우 좋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반면에, 날씨의 아이나 별을 쫒는 아이의 경우에는 화려한 화면에 비해서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허술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물론 날씨의 아이는 평균 이상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준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너의 이름은. 직후이다 보니 평가가 낮을 수 밖에 없었죠. 결국에는 이번에는 스토리 텔링에서 얼마나 쇄신을 했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재난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재난의 전조에 관해서 ‘문이 열린다’ 라는 테마를 사용하고, 이 문을 닫지 않으면 정말 재난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재난이 통과하는 문을 닫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본인이 재난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난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이해를 하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심리적인 교감을 이루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영화에서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능력을 발휘하던 사람과 그 사람을 지켜보던 주인공, 그리고 그와 같이 다니는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셋은 서로 매우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지점을 표현하는 데에 주저함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물론 성격상 주저하는 경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상 표현에 관한 지점을 강하게 보여준다는 것으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이 덕분에 캐릭터 이해에 관해서 굉장히 중요한 단서들을 쉽게 볼 수 있는 편입니다.
인물간의 이야기가 강하게 나온다는 것은 결국에는 각자의 성격이 발현 되는 이유와 그 반응에 관해서 작품이 얼마나 매끈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와 연결이 됩니다. 보통 여기에서 개연성을 찾는 분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개연성이 확실하면 적어도 논리적 이해는 매우 쉬우니 말이죠. 불행히도 이 작품은 그 논리성에 관해서는 조금 부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황에 관한 지점들의 심리적인 면모에 관한 설명이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좀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분량이 정말 많다는 겁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 되는 면들이 있으며, 그 각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도 정말 여럿이라는 겁니다.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가져가고 있고, 심지어는 각각의 줄기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 문제로 인해서 이야기의 감정을 축약하는 특성이 어느 정도 보이게 된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제 역할을 전혀 못 하는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닙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매우 확실한 상황이며, 각각의 이야기간의 연결고리 역시 잘 연결되어, 영화의 볼륨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이야기가 단순하게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연관성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모습 역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재미가 좀 더 확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복합성에서 또 하나 확실시 되는 것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군상에 대한 면모이죠. 작품 진행에서 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이야기 역시 꽤 많이 늘어놓는 편입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가 두시간 좀 넘는 한 작품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인데, 배치를 어느 정도 해 낸 덕분인지 적어도 이야기가 서로를 끊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간 군상의 면모는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띄면서도, 동시에 관객들이 각각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드는 도구의 역할도 합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매우 복합적이긴 합니다만, 속도가 느리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대한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풍성하게 만들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야기를 유지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영화 흐름에 녹아들게끔 설계를 하는 데에 성공한 겁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일정한 연결점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영화의 강약 조절 부분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지점들이 계속 되면서 영화의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클라이맥스에 가서 하나의 이야기로 완전하게 모이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죠.
다만, 그럼에도 영화가 온전한 기승전결 구조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지점들이 몇 가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심리적 구조를 따라가는 경우에는 작품 자체가 덜컹 거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죠. 사실상 심리적인 면을 건너뛰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하기 때문에 필수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되는 순간, 갑자기 이해의 정도가 확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많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목소리 연기에 관해서는 크게 뭐라고 할 말이 없긴 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감독과 사운드 컨트롤 담당자가 정말 잘 해내야 하는 영역이긴 해서 말이죠. 그래도 작품 내네 상당한 연기를 이끌어 내고 있고, 하라 나노카 같은 사람들의 탄탄한 기본기로 인해서 기본적인 지점을 매우 잘 살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기도 합니다. 아주 극적인 면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래도 작품 자체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끌어내고 있죠.
꽤 재미있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를 지켜보는 맛도 있고, 전반적인 흐름에 관한 매력 역시 매우 잘 살아나는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일부 지점에서는 약간 허술한 면이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일반 관객들이 작품을 즐겁게 보는 데에, 그리고 뭔가 위로를 원하는 분들에게 대단히 괜찮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 역시 잊지 않고 잘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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